길~게만 느껴지던 무더위도 어느덧 마지막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늘은 처서!
매미의 울음 소리가 전에 없이 처량하게 들린다.
기분 탓일까!
고 유정과 아베가 여름을 핫하게 하더니 이제 우리를,
아니 祖國을 구원해 줄 것만 같던 조국이 우릴 다시 상심(傷心)하게 한다.
파아란 하늘을 보고 영원히 설레고 싶던 어릴 적 마음도, 사람에 대한 희망도 동경도 그리움도 자꾸 곁에서 멀어져만 간다. 알 수 없는 근원적인 슬픔과 쓸쓸함이 청명한 가을 하늘 위로 높이 솟아오른다. 가을을 닮은 생각들이 자꾸 명멸한다.
언제가 우리 모두는 이 세상의 다리를 건너 피안으로 갈 것이다.
저기 저 침묵하는 자연처럼 묵묵히 좀 욕심없이 살다 갈 순 없는 것인가.
오뉴월 폭염에도 주어진 테두리 안에서 말없이 영글어 고개숙인 열매들을 보라!
열매는 배고픈 사람에게 식량으로 주고,
그 머리채로는 몸 아픈 이를 돌보며
빈 삭신까지도 말끔히 타올라 기꺼이 온돌방의 따뜻한 기억으로 남겨지던
여름 끝자락 위태롭게 선 옥수숫대!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먼 중국에서 시집 와 처연하게 꽃 핀 배롱나무야!
홀로이어서 외롭지 않도록 누군가 가져다 놓은 돌인가 바윈가가
이 풍경의 한 점 밸런스를 잡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