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부터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 1개월 만에 해제되면서 사람들은 그동안 참았던 울분을 분출하듯 유명 산으로, 들로, 관광지로, 문화의 거리로, 먹자골목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봄’이 되니 각 지자체나 단체에서 주관하는 각종 축제들도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어 사람들을 집밖으로 유혹한다. 여전히 하루 확진자 수 만명이 나온다지만 사람들은 방역에 갇혀 살기보다는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듯하다.
문제는 사회 곳곳에서 갑작스럽게 유동 인구가 많아질 경우, 교통사고를 비롯한 각종 안전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즐거울수록 모든 활동의 기본이 되는 안전에 대해서 꼼꼼하게 체크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최근 진안 관내에서 있었던 산악사고를 예로 들어, 봄철 안전한 등산에 대한 중요성을 말하고자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안전한 하산과 안심 귀가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지난 4월 24일 저녁 6시경 진안군 정천면에 위치한 구봉산(해발 1002m)에서 00산악회 등산객 21명 중 5명이 길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악회의 회원들은 하산할 무렵 몇몇 회원들과 연락이 닿지 않자 119에 실종 추정 신고를 하였다.
진안 산악구조대와 소방대원들이 출동하여 조난자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접근을 시도하였다. 조난사고 당한 5명은 통신망이 터지지 않는 골짜기로 내려간 터라 대원들과 연락이 닿지 않고 위치 파악이 쉽지 않았다. 조난자들의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18시 10분경, 산은 금새 어두워졌고, 어둠과 두려움에 떨고 있을 조난자들을 찾기 위한 구조대원들의 필사적인 구조가 진행되었다. 구조가 완료된 시각은 밤 22시 50경이다. 패닉상태에 빠져 있던 사고자들은 수 시간의 수색 끝에 무사히 구조되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조난을 당한 분들은 전문산악회 회원으로 수년간의 등산 경험이 있는 믿음직한 리더와 함께 등산을 했고, 등산 무리중 이탈자나 사고자가 없도록 5명당 1인을 팀의 리더로 정해서 계획적인 등산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하지 못한 조난사고가 발생한 것은 왜일까? 우리는 등산시 조난을 방지하기 위해 중요한 사항 몇가지를 반드시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첫째, 산행지 즉, 등산코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 파악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산이 높을수록 등산로가 복잡하고 능선과 계곡이 많다. 등산코스에 대한 철저한 파악이 중요하다.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하기 전에 회원들간 등산로 및 하산로에 대한 정확한 정보전달과 서로간의 위치 파악을 통해서 회원들이 동일 등산로로 움직이고 있는지 수 시간 확인하여 이탈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 잘못하여 다른 길로 들어서는 순간 계획했던 하산길이 아닌 길로 진행되어 곤란해 질수 있다.
둘째, 육체적으로 무리한 산행을 피하고 적절한 하산 시각을 설정해야 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자신의 신체 한계를 넘는 무리하 등산을 하다가 발목이나 허리 부상을 입는 사고가 가장 많다. 또한 등산은 자신의 체력에 맞추어 하산 시간을 적절하게 설정하여 해가 지기 전에 안전하게 하산해야 한다
셋째, 산행시 조난사고에 대비하여 핸드폰을 이용한 GPS 내 위치 파악시스템 활용과 국가지점번호 표지판을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한다. 이때, 산행중 내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핸드폰이 잘 터지는 곳, 즉, 골짜기에서 능선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핸드폰은 등산을 할 때 구조 위치를 알리고 119상황실과 통신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또한 산행하면서 간간이 보이는 국가지점번호를 무심코 지나치지 말고 위치를 의식하며 등산해야 조난시 재빠르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데 활용할 수 있다.
등산을 하면서 기상악화나 부상, 조난 등으로 인한 변수 및 그에 대한 대책마련은 항상 해야 한다. 유사시를 대비한 랜턴과 기온하강에 대비해 여벌 옷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알다시피 안전사고는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많이 발생하고, 대책이 없으면 그만큼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피해가 크다.
여행을 떠나기 전 멋드러진 옷을 입고 기분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동차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듯이 높은 산을 등산하기 전에는 최소한의 체력단련과 등산 계획, 등산로 확인, 충분한 물과 식량준비, 등산로를 이탈했을 시에 대한 구조 대책 등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함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온 산이 봄볕을 받아 노랑, 연두색, 핑크색, 초록색으로 물들어 산으로 오라고 손짓하며 설레게 만드는 이 계절, 가까운 지인들과의 모처럼의 산행이 안전하고 즐거운 귀가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진안소방서 진안센터장 배형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