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읍 가림리 은천마을 출신 노경환씨 자녀가 5급 공채 전국 수석을 차지 했대요. 이거 마을의 경사고 대단한 일 아닌가요?”
그 마을에 사는 공무원 출신의 하광호 씨는 2022년 5급 일반행정직 수석을 차지한 노은영씨(이화여대 경제학과 3년)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전병식 마을이장도 '마을 경사다'며 플래카드를 걸기로 했다고.
“은영이 아버지도 의사다"면서 "좋은 자녀가 태어났다”고 전했다.
2022년 5급 공채 일반행정직 수석을 거머쥔 노씨는 자신의 가장 큰 무기로 성실함을 꼽았다. 3년의 수험기간 내내 아침 7시에 출석을 하고 11시가 넘어서야 귀가하는 생활 패턴을 유지한다는 것은 아무나 쉽게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심지어 일요일에도 하루를 다 쉬지 않고 오후에는 독서실에 나갔다.
노씨는 그렇게 매일 정해둔 분량을 착실하게 해결해 나간 나날들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수석 합격이라는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가 이렇게 한결같은 성실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된 가치관과 확고한 목표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주한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 진학해 경제학과 3학년을 마치고 휴학 중인 노씨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라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공익에 대한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형성됐고 공직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그중 사회에 필요한 정책을 기획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5급 사무관이 그의 가치관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에 5급 공채에 도전하게 됐다는 것.
합격 소감을 묻자 노씨는 “수석이라는 소식을 들은 이후로 아직도 얼떨떨하고 꿈만 같은 기분”이라며 “사실 합격만 해도 행복한데 수석이라는 너무나도 큰 기쁨을 얻게 된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노씨가 밝힌 공부 방법을 소개한다.
5급 공채의 첫 관문인 PSAT는 수험생의 성향에 따라 공략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소위 ‘PSAT형 인간’의 경우 쉽게 고득점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좀처럼 점수를 올리지 못해 애를 먹는 시험으로 알려져 있다.
노씨의 경우 후자에 해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초반에는 강의에 많이 의존했다. 강의를 통해 접근법, 풀이 방법을 충실히 익혀 10개년 기출문제에 적용해 보는 방식으로 감을 잡아갔다.
기출문제를 여러 번 반복해서 풀면서 풀이법을 체화하고 기출이 익숙해진 후에는 다양한 모의고사를 풀면서 새로운 문제에 지금까지 익힌 풀이법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시간을 안배하는 연습을 했다.
시험을 두 달가량 앞둔 시점부터는 토요일마다 전국 모의고사에 응시하며 현장 감각을 읽혔다. 모의고사에는 어려운 문제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다 소화하려고 하기보다는 실전에서 이런 문제를 직면하면 어떻게 대처할지, 시간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 등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시험 일주일 전까지는 약 한 달 반 동안 매일 언자상 1세트에 더해 한두 과목을 추가로 풀며 최대한 다양한 문제를 접해보려고 했고 일주일 전에는 각 과목별로 자주 실수하는 부분이나 빈출되는 유형의 접근법, 암기가 필요한 부분 등을 정리한 요점정리 노트를 반복적으로 보면서 마무리했다. 이 시기에는 새로운 문제보다는 최근 5개년을 하루에 1개년씩 풀며 그동안 익힌 풀이법을 다시 정리하는 등 감을 유지하도록 했다.
PSAT에서 가장 애를 먹은 과목은 언어논리였다. 짧은 시간 내에 주어진 지문을 빠르게 읽어내는 게 어려웠고 긴장을 하다 보면 글이 더 잘 안 읽혀 풀이 시간이 길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씨는 기출에서 반복적으로 활용되는 문장 구조나 선지 구성 방법 등을 총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문제들을 유형화해 모든 문장을 다 읽기보다 유형별로 필요한 부분을 뽑아서 읽어내는 연습을 했다.
헌법의 경우 첫해에는 기본강의와 진도별 모의고사 강의를 통해 중요한 내용이나 판례를 정리했고 이후에는 특강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 1차시험 두 달 전부터 매일 아침에 1시간씩 헌법 공부를 꾸준히 했다. 30분 동안은 매일 정해둔 분량의 교재를 읽고 나머지 30분 동안에는 문제를 풀었다. 이때 5급 공채, 입법고시, 7급, 법원직 등 다양한 기출문제를 풀며 빈출되는 선지를 눈에 익히고 기계적으로 풀어낼 수 있게 준비했다.
2차의 경우 시험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혼자 공부하기는 막막했기에 학원 종합반에 등록해 공부를 시작했다. 첫해에는 실강을 들으며 진도를 따라갔고 이후부터는 인강을 활용해 빠르게 강의를 듣고 혼자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했다.
실강을 들을 때는 강의가 끝나고 복습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최대한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쉬는 시간에는 수업한 부분을 다시 읽어보며 강의 이후의 복습 시간을 최소화했다. 이런 방식으로 확보한 시간에는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데 활용했다.
또 하루에 한 과목만을 공부하기보다는 시간을 나눠 하루에 두세 과목을 공부하면서 각 과목에 대한 감을 꾸준히 유지했다. 특히 경제학은 매일 20여 문제씩 풀고 행정법은 매일 일정 분량을 보며 문제 풀이 방식, 일반론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했다.
서브노트도 큰 도움이 됐다. 행정법은 핸드북에 다른 수험서의 내용을 합쳐 단권화했고 경제학도 각 단원의 중요한 개념이나 주요 문제 유형을 정리해뒀다. 행정학과 정치학, 정보체계론과 같은 논문 과목 역시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서브노트를 만들었다.
노씨는 “개인적으로 빠르게 여러 번 보는 공부 방법이 더 적성에 맞았기 때문에 서브노트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압축적이고 얇게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며 “이를 통해 회독수를 늘리면서 빠른 시간 내에 내용들을 지속적으로 상기할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됐다”고 자신의 노하우를 소개했다.
2차에서는 경제학이 난관이었다. 면접에서 탈락했을 때도 경제학 점수가 가장 낮았기 때문에 이번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경제학에 대한 고민이 컸다. 노씨는 경제학의 벽을 넘기 위해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풀이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하거나 계산 실수가 많았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 그는 개념을 재정리하기 위한 강의 수강에 더해 12월부터 2월까지 매일 미거시를 15문제씩 꾸준히 풀었고 아침마다 최근 3개년 2순환, 3순환 모의고사를 50점씩 쓰며 답안 작성 연습도 진행했다. 이후에는 그동안 풀었던 문제들 중 어렵거나 중요한 문제를 선별해 3순환 기간 동안 반복해서 풀어 모르는 문제를 줄여나가려고 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노씨는 평균 65.25점의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과목별로는 행정법 64.66점, 행정학 63.33점, 경제학 70.66점, 정치학 61.33점, 정보체계론 33.66점을 획득했다.
답안 작성의 경우 스터디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이번 3순환 기간 동안에는 답안 스터디를 오전, 저녁 두 번 진행하면서 오전에는 진행되고 있는 3순환 모의고사를, 저녁에는 다른 과목 모의고사를 쓰며 스터디원들과 피드백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외에도 아침마다 취약 과목인 경제학 모의고사를 추가적으로 푸는 등 하루에 총 150~200점 정도의 답안을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감을 유지하려고 했고 필요한 경우에는 과목별 답안 특강도 수강해 강사들의 피드백을 받아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
노씨는 “답안 작성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채점자가 잘 알아볼 수 있도록 부각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글씨체와 같은 가독성 부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두괄식으로 문장을 구성하거나 부제, 따옴표, 영어 병기 등 필요한 장치들을 적재적소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답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키워드가 잘 보이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에게 쓰라린 경험이 됐던 면접시험은 스터디를 통해 준비했다. 지난해 면접시험에 탈락한 후 구성된 면탈 스터디원에 더해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인원을 추가 모집해 스터디를 꾸렸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모의 면접에도 참여했다. 매일 4시간씩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기술서를 작성하고 돌아가며 질의응답을 했고 스터디 외의 시간에는 정책 자료 등을 찾아보며 면접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스를 정리해두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면접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신감과 배우는 자세’를 꼽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서툴지만 명확하게 전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잘 모르겠거나 잘못 답변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배워나가겠다는 겸손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좋은 인상을 주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노력은 끝내 수석이란 열매로 보답..
꿈을 향해 묵묵히 달려온 결과 수석 합격이라는 탐스러운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막막함을 느끼기도 했다. 당시를 돌아보며 노씨는 “주변에 공부를 시작한 친구들로부터 끝이 없는 것 같이 느껴지고 막막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나도 느꼈던 감정이었고 대부분의 수험생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자신을 믿고 목표를 향해 꾸준하게 달려간다면 반드시 끝이 보일 것이고 모두 꼭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며 그가 걸어온 길을 가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아직 졸업을 하지 않은 상황인 노씨는 남은 학기 동안 가고 싶은 부처에 대해 고민을 하려고 한다. 물론 처음 도전을 결심할 때의 초심, 훨씬 전 어린 시절부터 키워온 마음은 변함없이 확고한 기준으로 간직하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품어 온 공직자라는 꿈을 이루게 돼 너무 기쁘다. 공익적 가치관을 시작으로 달려온 길인만큼 이러한 마음가짐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국민들께 도움이 되는 사무관으로 성장해나가도록 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그가 꿈을 이루는 과정을 응원하고 함께해 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수험기간 내내 딸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신 엄마, 아빠, 뒤에서 항상 응원해준 동생 기찬이, 기혁이 항상 감사합니다. 그리고 스파르타를 함께 버텨준 고유 언니, 철호 오빠, 조유 언니, 선우 언니, 수빈 언니, 수하, 초시 때부터 응원해준 수민 언니, 윤정 언니, 언제든 달려와 주는 효선이 모두 너무나도 큰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원 오빠, 준하 오빠 함께 힘든 시기 이겨내 줘서 고맙고 우리 면접스터디 전원합격 너무 축하합니다. 그리고 응원과 축하 보내주신 모든 친구들, 언니 오빠들, 동생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