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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온 편지

[일상에서 온 편지] 스승의 날 즈음의 작은이야기

 

봄이 오고 어느덧 꽃으로 물들던 계절의 화려함에 익숙해질 무렵 세상은 다시 초록을 휘감고 있다.

눈과 마음마저 싱그럽고 온갖 생물이 마냥 살기 좋은 때다.

겨우내 자동차 밑에 쭈그리고 앉아 세상을 거부하듯 옴쭉 달싹 안 하던 길냥이들도 느릿느릿 등을 곧추 펴고 나다니고, 우리 집 베란다 실외기 밑 시끄러워 죽겠는 비둘기 녀석들도 뭐라고 그렇게 구구대는지 ,어쩌다가 시끄러워 베란다 창을 열어 ‘시~끄~럽~다~!' 외치면 저만치 저 키 큰 소나무에 앉아서 뭔 생각을 하는 척 하다가  금새 다시 돌아와 앉는다.

베란다에 아무것도 없다면야  소음 정도야 참아 내련만 나물 채반이 거기 있으니 좀 마음이 쓰인다. 조류 독감이니 뭐니 하는 것도 신경을 거스르고. 하지만 어쩌랴 이 모두가 자연의 섭리이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사는 세상인 것을.

 

이런 날에는 사람들도 삶이 바빠진다. 아니면 활기차다고 해야 하나!

철 지난 계절의 옷가지와 살림살이, 청소, 먼지 쌓인 창가, 들로 산으로 몇 번 나다니다 보면 냉장고엔 묵은김치만 자빠져 있다는 지나가면서 자기네들끼리 나누던 어느 중년 여인의 말에 공감한다.

화창한 날씨!

맥없이 가방을 매고 시내를 쏘다니고 싶은 맘을 억지로 참고(그래봤자 어디 놀러 갈 것을 예상하며 입지도 않을 옷을 사다 쟁여 둠.) 겨우 시장과 마트(이런 것은 사놔도 먹으면 되니까)를 다녀왔다.

남편과 둘만의 간단한 저녁을 생각하며 늦었어도 괜찮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 집 상전 공주님께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쟤가 왜 이 시간에 오지’, 냉큼 긴장이 되는 가운데 왜 야자(야간 자율 학습)를 안 하고 오느냐고 묻자 “아 몰라. 말 시키지 마. 힘들어 죽겠어!” 하더니 책가방과 함께 든 보따리를 툭 떨어트리곤 입은 채로 침대에 눕는다. 옷 갈아입고 누우라고 한바탕 설교를 하려다가 책가방과 함께 딸려온 보따리를 보니 그 무게만으로도 오늘처럼 후덥지근한 날에 힘들었겠다 싶어 관뒀다. 하지만 이걸 그대로 둘 내가 아니다. 궁금해서 못 참겠어서 계속 물었더니 돌아오는 말은 이랬다. “엄마 생각해 봐. 스승의 날인데 실장인 내가 다 이런 걸 알아서 해야 한다고. 꽃집이 어디가 괜찮은지 어떤 꽃이 예쁜지 가격도 맞춰야 하고. 대부분 너무 비싸. 또 잘못하면 애들이 모두 안 이쁘다고 하고. 그래서 학교에서 종일 찾고 검색해서 꽃 주문하고 오느라고 야자도 빼고 왔어. 나 3월로 돌아가면 실장 같은 것은 절대로 안 해. 그냥 편히 앉아서 애들이 하는 것 볼 거야”!

 

그 말을 듣고 보니 조금 안된 생각이 들어서"그럼 돈을 조금 더 내자고 해 보지"그러니까 “안 돼 부담된다고 해서”. "꽃집 학교 근처에서 찾아봤어야지"했더니 “거기 없어. 다 봐도”!

“근데 내일 꽃 찾아와 줄 수 있어? 엄마가 못가면 나 야자 또 빼야 해” 그러기에

“알겠어 그래 줄게” 하고 위치에 대한 설명을 대충 듣고(이때 머릿속에는 온통 저녁 지을 생각으로 가득 참.)는 부엌으로 와서 늦은 저녁을 준비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반장이니 봉사하는 마음을 가져야지 어쩌고 했을 테지만 저리 힘든 내색인데 도리어 역효과 날듯 싶고 시간도 없어서 생략 ....

 

둘이서만 먹었으면 간단할 것을 파래볶음부터 군만두, 참치. 후에 공주님은 계란 프라이까지 추가하신다. 어차피 군만두 하느라 팬 꺼냈으니 괜찮다고 했다. 좀 너무한다 싶어도 음식에 관한 한 얼마나 내 곁에 오래 있겠냐 싶어 최대한 서비스를 잘하려 애쓰는 중이다. 십대 후반 집 나와 내 끼니 챙기다가 평생 밥 짓게 된 나를 생각해서라도.....

 

문제는 다음날에 있었다.

마침 김치 냉장고 뒤를 닦다가 잘못 건드렸는지 뭐가 툭 떨어져서  주워 보니 뒷부분의 나사 보호하는 판넬이 빠져 있는 것이다. 그걸 요리 조리 아무리 끼워 보아도 내 재주로는 못하겠는데 그걸 그냥 못 두고 계속 실랑이를 하다 보니 시간이 지체됐다. 시장도 가야 하고 마트도 가야 하는데.

어쨌든 일단 시장으로 가서 양파를 사려고 하자, 그렇게 많던 양파가 잘 눈에 안 들어 왔다. 늘 들르는 친절하고 저렴한 단골 가게에 갔더니 거기도 없어서 저 아래까지 가서 사 갖고 오는데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고인이 되신 시어머니를 닮아 단골이 된 할머니께서 나더러 열무를 사라고 하셨다.

열무? 열무를  보면  눈이 빛나는 나!

정확히 그제 배추김치를 담근 나였음을 나는 알고 있다. “제가 김치를 담근 지 엊그제니 저기 아욱이나 주세요.” 하고는 눈은 열무를 보니 통통하니 맛나 보이는데, 하필이면 거기서 구경하시던 할머니 한 분이 “저거 담가서 국수에 말아 먹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바람에 그만 나는 자동적으로다가 “열무도 함께 주세요”하고 말았으니 ......

 

무거운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뛰기 반 걷기 반으로 집에 와 짐을 내려놓고는 마트로 향했다. 우유 외에 이것저것 구경하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재빨리 난생 처음으로 우유 한 가지만을 사갖고 나왔다. 이제부터는 꽃집을 찾아야 한다. 내가 마음속에 그려 놓았던 지도를 펼쳐 보며 걷는데 아무리 찾아도 미용실 옆에 꽃집은 없었다.  미용실 옆이랬는데 프림로즈라고 했던가. 하도 안 외워져서 커피에 넣는 프림과 장미를 동시에 떠올려 외웠는데 어디인지 위치를 잘 모르니 ‘이를 어째, 6시까지 가랬는데’ 시계는 6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이 틀렸구나!’ 싶으니 등에 맨 가방 속 우유 두 병이 무겁게 느껴지고 온몸에는 땀이 흘렀다. 애의 말에 집중하지 않고 내 맘속에 제멋대로 지도를 만들어 놓고 알았다고 해버린 것이다. 할 수없이  어느 미용실 앞을 기웃거렸다. 같은 업종이니 알 수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근데 이 집은 모기가 들어온다고 그랬는지 파리가 들어온다고 그랬는지 벌써부터 모기장을 쳐놓고 있었다. 들어가서 물어보려는데 모기장이 안 열리는 것이다. 미용실에 볼일 즉, 펌이나 컷팅을 하러 간다면 뭘 망설이겠냐만  엉뚱한 걸  물어 보는 주제에 수선을 떨기도 미안해서 웬만하면 딴 데로 가고 싶었지만 힘이 빠져서 멈칫거리는데 상냥한 주인이 먼저 다가와 손님과 의논해가며 그곳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 주었다.

 

한참 내리막길을 내려오는데 힘든 것은 다 어디 가고 시간만이 걱정이었다. ‘문을 닫고 저녁식사라도 나갔으면 어쩌나’ 까탈스러운 애한테 들볶일 생각을 하니 아무 정신이 없었다. 시간은 7시 5분전! 다행히 비교적 빨리 가게는 찾을 수 있었다. 가서 꽃을 찾기 전에는 순순히 안 주면 어쩌나 했는데 걱정과는 달리  싱싱한 꽃을 안겨 주었다. “낼 아침까지 시들면 어쩌나요?” “아! 예, 이 안에 물 넣어 놨으니 괜찮아요. 그리고 시원한 곳에 보관해 주시고요”. 검은 쇼핑백에 담으려다 흰 쇼핑백에 담아 건네주었다.

받는 순간 어쩐지 꽃의 붉음이 조금은 서운했다. 약간 더 돈을 들여 붉은 꽃 몇 송이를 더하고 안개꽃(내가 좋아하다 못해 사랑해마지않는)을 더했더라면!

 

꽃다발을 받아든 후의 발걸음은 더없이 가벼웠다.

어느덧 등 뒤로 흐르던 땀도 식고 시원해져서 기분이 상쾌했다. ‘뭐 애들이 하는 선물이니 부족해도 고마운 법이지. 우리 공주님이 꼬맹이 적에 어버이날이라고 주었던 아무짝에도 쓸모없던 지갑이며 반지며 목걸이 ... 심지어 팔찌도 만들어주고 목걸이 종이 지갑도 만들어 주었는데 ...지금도 버리질 못하고 어디엔가 있지 않은가!'

 

꽃과 함께 걷는 나는 갑자기 꽃을 닮은 느낌이었다. 향기는 덤이었다.

과정은 힘겨웠으나 즐거운 길! 너도 이제 곧 알게 될 거다. 누군가를 위하여 무엇인가를 해낸 후의 기쁨을... 늘 많은 것을 받기만 하고 준 적이 별로 없어서 아직은 미처 모르는 세상이 또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내일 아침, 이 꽃을 안고 학교로 향하게 될 딸아이와 꽃을 전해 받고 웃으실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선연하다.***********************************************************************************************


 이로써 스승의 날 전에 있었던 이야기는 막을 내리고

끝으로,

스승의 날을 맞으신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과 학창 시절  나의 선생님이셨던 분들께 인사드리고자 한다.

 

감사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저희들은 선생님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늘 건강하세요!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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