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늘 프르름을 잃지 않던 날들이었다.
바야흐로 산도 나무도 그 고단함을 내려 놓고 긴 잠으로 빠져드는 시절이 도래했다. 여기저기 아직도 활기있게 살아남은 들풀도 있지만 머잖아 그 빛깔마저도 점차 침잠하며 깊어질 것이다.
몇몇 등산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무엇을 생각하며 이 산 길을 오르는가!
풀도 아니고 꽃도 아닌 것이 먼저 달려와 인사를 한다.
가버린 사람의 영혼 같이 쓸쓸하고 아름답다.
넌 붉은 단풍의 신부(新婦)였나!
가녀린 몸 안기며 버선발로 달려오는 가을, 그대!
오직 철저하게 관조(觀照)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