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사전투표 후 산에 올랐다.
아기 고라니 두 마리가 황량한 숲속에서 바스락 댄다. 해거름이다.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아직 봄의 자취는 없다.
3월이라지만 겨울 추위가 혹독한 탓이리라.
하지만 정상 부근에 이르자, 꽃보다도 향기가 먼저 달려와 인사를 한다.
"매화다!"
전에 잃어버렸던 그 무엇을 찾은 듯 반가움과 설레임이 교차했다.
봄의 전령인 매화는 예로부터 겨울이 채 가기 전에
때로는 눈속에서도 피어나 선비의 고매한 기개에 비유되는 꽃이다.
바야흐로 이제부터는 거역(拒逆)할 수 없는 봄이구나..
여리게 출발하는 봄은, 꽃은 은은하고 소박함에서 비롯된다.
오는 봄엔 특별함이 없어도 좋을 것 같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골고루 봄 햇살의 따뜻함을 느끼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하며 발길을 돌린다.
멀어져가는 석양... 저기 키 큰 도토리나무 위의 새 울음을 듣는다.